김학의 수뢰혐의 적용 못한 성접대 의혹 수사

posted Jul 1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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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유력인사 성접대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는 성접대를 받은 인물로
 지목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DB>>

 

경찰, 성접대 대가성 정황만 확인…공소시효 지나 수사 못해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건설업자 윤중천(52)씨의 유력인사 성접대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는 성접대를 받은 인물로 지목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접대 대가로 윤씨에게 이익을 제공한 혐의를 입증하느냐가 최대 관심사였다.

 

법질서 확립과 사회 정의 구현에 앞장서야 할 위치에 있는 정부 고위 인사가 일개 건설업자로부터 성접대를 받고 그와 관련된 수사에 개입, 편의를 제공하는 불법행위를 했다면 국민적 신뢰가 뿌리부터 흔들릴 판이었다.

 

그러나 4개월에 걸친 긴 수사 끝에 경찰은 결국 김 전 차관의 대가성 혐의는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김 전 차관이 윤씨를 통해 여성들과 강제로 성관계를 한 정황을 포착,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하는 데 그쳤다.

 

특수강간죄는 2명 이상이 함께 성폭행을 저질렀을 때 적용된다. 경찰은 김 전 차관이 여성들과 강제로 성관계하는 과정에 윤씨가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는 여러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하고 두 사람을 특수강간 혐의의 공범으로 봤다.

 

경찰은 수사 초반에 성접대의 대가성이 있었다는 정황은 확인했지만 공소시효가 이미 지나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경찰은 윤씨의 측근이 형사 고소당한 일과 윤씨가 검찰에서 3차례나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서울 동대문구 상가 개발비 횡령 사건에 관해 윤씨와 김 전 차관이 대화하는 것을 들었다는 여러 참고인의 진술을 확보했다.

 

성접대를 금액으로 환산하기는 어렵지만 포괄적인 의미에서 뇌물로 볼 수 있다는 관점에서 알선수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도 검토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 사안과 연관지을 수 있는 성접대를 2008년 2월 초까지밖에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올해 3월 중순 기준으로는 이미 공소시효 5년이 지난 상태였다. 2008년 3~4월께 김 전 차관이 윤씨를 통해 한 여성과 강제로 성관계한 혐의가 나타나긴 했지만 수뢰 혐의 적용과 무관한 행위로 결론났다.

 

수사팀 관계자는 18일 "공소시효 만료 부분은 수사 초반에 확인돼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수사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의혹 규명 차원이자 관련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사안이 혹시 추가로 나올 수도 있다고 보고 확인 작업은 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김 전 차관의 특수강간 혐의만 수사하는 데도 많은 난관이 있었다.

 

법무부 고위 인사 출신이 경찰에 소환돼 조사받은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김 전 차관이 소환에 응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경찰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경찰, 건설업자 '성접대' 의혹 수사결과 발표
경찰, 건설업자 '성접대' 의혹 수사결과 발표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허영범 경찰청 수사기획관이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건설업자 윤중천(52)씨의 유력인사 성접대 등 불법로비 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3.7.18 uwg806@yna.co.kr

 

 

경찰은 김 전 차관에게 구두 협의를 포함, 4차례에 걸쳐 출석을 요구했으나 김 전 차관은 건강이 좋지 않아 입원 중이라는 이유로 계속 출석에 불응했다.

애초 6월 초쯤 마무리할 예정이었던 수사는 김 전 차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가 계속 미뤄지면서 한 달 이상 더 끌었다.

 

이에 경찰은 김 전 차관의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강수를 뒀지만 검찰은 혐의 소명이 부족하고 입원 중인 상태도 고려해야 한다며 영장을 반려했다.

 

결국 경찰은 김 전 차관이 입원 중인 병원을 찾아가 그를 조사해야 했다. 김 전 차관이 자신의 혐의에 대한 진술을 거의 거부해 별 소득도 없었다.

 

김 전 차관과 특수강간 혐의의 공범인 윤씨를 구속하는 과정에서도 정작 특수강간 혐의 소명이 부족해 다른 혐의로 영장을 발부받아야 했다.

 

로비 사건은 대가성 혐의 입증이 핵심임에도 이를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경찰 수사가 '화룡점정'(畵龍點睛)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수사팀은 고위 공직자 출신에게 상상하기 어려운 성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수사에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고 자부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김 전 차관의 혐의와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처음에는 상식적으로 그런 일이 있었으리라고 도무지 믿을 수 없었지만 같은 내용의 진술이 추가로 계속 나오면서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과 윤씨가 일반인의 통념을 넘어선 매우 자극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를 했음을 암시하는 설명이다.

 

김 전 차관이 과연 성폭행 혐의로 법정에 설 수 있을지는 이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의 몫이 됐다.

puls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18 15:1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