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기자]
부실금융으로 지정된 적이 없는 외환은행은 2003년 9월 잠재적 부실은행으로 둔갑되어 산업자본인 론스타 펀드(Lone Star fund, 이하 ‘론스타’)에 헐값에 인수되었고, 이 과정에서 론스타는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외환카드의 주가를 조작하여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론스타는 사법적 책임을 회피하며 후안무치하게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천문학적인 투자자-국가중재(ISDS)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ISDS 문건과 관련한 KBS <뉴스9> 보도에 따르면, 당시 한국 정부의 대응 논리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KBS가 입수한 ISDS 문건과 관련하여, 인터뷰에 참여한 각 분야 전문가(전성인 교수, 송기호 변호사, 권영국 변호사,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들이 분석ㆍ검증한 결과, 그 문제점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정부 서면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 첫째. 한국 정부는 비금융주력자(소위 “산업자본”) 문제를 확인하고도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포기하면서 ISDS 소제기를 각하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상실함. 이로 인해 당시 정부는 론스타가 2003년에 외환은행 주식을 인수할 당시의 행위가 불법적이라는 점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이후 한국 정부가 고의로 매각을 지연시켰다는 론스타 측의 주장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논리를 스스로 포기함. 즉 최초의 인수자격을 문제 삼지 않는 한, 인수 후에 발생한 대주주 적격성의 상실은 ‘확정 판결 이후의 매각 명령’ 대상밖에 되지 않는 바, 이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을 매각하고 탈출하려는 상황에서는 아무런 “벌칙”의 의미가 없음.
- 둘째. 한국 정부는 징벌 매각명령에 대한 법적 권한이 있었음에도 하지 않으며 비일관적인 대응으로 론스타의 논리적 공격을 자초함. 당시 정부는 론스타에 대한 승인을 연기시키는 논거 중 하나로 “징벌적 매각의 가능성”을 거론하였으나, 이는 2011년에 정부가 펼쳤던 논리와 배치될 뿐만 아니라 실제 정부 조치와도 괴리됨. 징벌적 매각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어차피 론스타가 원하는 것이 매각이었으므로 대주주 적격성을 유지하건, 상실하건 확정판결 때까지 기다려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론스타의 주장에 대해 설득력 있는 반론을 제시하기 어려워짐. 또한 한국 정부는 2009년 가을 HSBC와 론스타간의 거래가 완전히 파기되기 직전 론스타의 주식 매각을 승인해 줄 의향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고 주장함. 그러나 이 당시에는 아직 주가 조작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을 때이므로, 이 주장은 ‘확정 판결 이후의 매각 명령’이라는 한국 정부 주장의 근간에 배치되는 것임. 결국 이 주장은 “그럼 2010년 이후에 왜 매각 승인을 해주지 않고 확정 판결까지 시간을 지체했는가?”라는 주장에 대해 아무런 합리적 설명을 제기하지 못하는 장애물 역할을 함으로써 론스타의 논리적 공격을 자초함.
반면 론스타 측은 서면에서 ▲자신에게 가장 불리한 측면인 비금융주력자 부분에 대해서는 함구, ▲징벌적 매각 가능성을 준비서면 단계에서 어설프게 제시한 한국 정부의 주장을 맹공, ▲2009년 HSBC와의 거래에 대한 승인용의 주장에 대해서도 확정 판결 시점까지 기다려야하는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한국 정부를 맹공하고 있다.
결국 한국 정부의 대응은 론스타가 “산업자본으로서 은행법을 위배하여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된 위법한 투자자”라는 가장 중요한 무기를 버림으로써 “양 팔을 묶고 권투 시합을 하는 것”과 흡사한 것이었다. 정부는 징벌적 매각 가능성, 2009년 승인 용의 등 기존 주장에 배치되는 내용을 준비서면에서 어설프게 주장함으로써 오히려 론스타의 반격을 자초한 것이다. 따라서 ISDS TF가 이런 “패소하기로 작정한 듯한 대응”을 선택한 경위를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또한 모든 의문을 확실하게 해소하기 위해 ▲국회 론스타게이트 특별진상조사위원회 설치, ▲국회 국정조사 실시 및 강화된 위증죄에 기반한 국회 차원의 론스타게이트 특별 청문회 개최, ▲검찰 재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통해 은행법을 위배한 론스타의 투자행위를 묵인한 당시 청와대·재경부·금감위·금융위 등 관련 경제 관료에 대한 문책과 처벌, ▲론스타의 활동에 조력하여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챙긴 경우 이에 대한 범죄수익 환수, ▲향후 “밀실 야합을 통한 국민 호주머니 털기”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ISDS 중재분쟁의 대응과정에 대한 국회보고와 제도적 정비 등 철저한 대응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에 추혜선 의원과 금융정의연대는 2020. 1.21.(화) 오후 4시,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론스타 ISDS 중재판정에 대한 정부대응의 문제점 고발 기자회견’을 열어 ISDS자료에 대한 검토 결과와 이후 대응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론스타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더불어 ISDS 부실대응과 론스타 사태 진상규명을 위해 론스타 특별법의 제정을 위한 국민 청원 운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국민 청원단을 제안ㆍ모집하고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