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함께 읽어보는 작가의 '시작 노트']
문 앞에서
석정희
나 여기 있습니다
거리의 먼지 뒤집어쓰고
돌아온
나 여기 있습니다
기다리시는 그림자
창에 비쳐
잰 걸음으로 왔습니다
떠돌던 먼 나라의 설움에
눈물 섞어 안고
나 여기 와 있습니다
어둠 속 머언 발치서
아직 꺼지지 않은
불빛을 따라
나 여기 와 있습니다.
-시작노트 (1999년)
시를 쓰는 일은/ 삶이 크게 힘들 때/ 그 아픔과 외로움의/ 방황에서 헤어나기 위한/ 내 고독한 영혼의 힘든 투쟁이며/ 낭만의 노래 부르기만은 결코 아니다.// 결국 시를 쓰는 일은/ 바른 삶을 찾아가기 위한/ 내 영혼의 등불과도 같은 것/ 그래서 내 생이 다하는 그날까지/ 나는 이 길을 외롭지 않게 갈 것이다-
인생은 단 한 사람의 동반자도 없는 외로운 사막의 길을 홀로 가는 길입니다. 우리 인생도 결국은 홀로 이 대지 위에 머물다 가는 외로운 존재일 뿐입니다.
처음 발걸음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제 곁에 있었던 내 그림자를 생각합니다. 그때 그 그림자가 내게서 가장 가까운 존재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한낱 그림자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 그림자는 자연 내게서 멀어져갔고 저는 그를 까마득하게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오랜 세월이 지나고 문득, 제 어린 시절에 보았던 그 그림자를 다시 생각해 냈습니다. 어쩌면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하나의 동반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제 외롭지 않습니다. 그리고 슬프지도 않습니다. 제가 의지하고 찾아가는 사람이 바로 그 그림자와 같은 분이라는 확신으로 저는 그 분을 가슴에 지니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발치의 숲 속에서 반짝거리는 초록 불빛, 아련히 비치는 그 불빛 아래서 어른거리는 당신의 그림자는 이제 제가 찾아 가야 할 제 생의 등불이고 제 신앙 같은 존재입니다. 이 세상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입니다.
석정희 프로필
미국 거주/ Skokie Creative Writer Association 영시 등단/ ‘창조문학’ 시 등단, 한국문협 및 국제펜한국본부 회원, 재미시협 부회장 및 편집국장과,미주문협 편집국장 역임/ (현) 한국신춘문예협회 중앙회 이사 및 미국 L.A 본부장/ 계간 '한국신춘문예' (현) 심사위원 등/
수상: 대한민국문학대상 수상, 한국농촌문학 특별대상, 세계시인대회 고려문학 본상, 독도문화제 문학대상, 대한민국장인[시문학]유관순 문학대상 외/
가곡집: [사랑나그네] 등/
시집: [문 앞에서] [나 그리고 너] The River 영시집, [엄마되어 엄마에게] [아버지 집은 따뜻했네] 등
[스포츠닷컴 엄원지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