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양 산업부장관 후보 딸, 삼성장학생 ‘아빠찬스’ 의혹

posted May 0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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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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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후보자 딸 이 씨가 받은 삼성장학금이 삼성장학재단을 통한 것이 아닌 이례적 방식으로 운영되다 폐지된 것이 확인됐다. 이에 삼성화재가 ‘정체불명의 꼼수 장학금’으로 정부 고위 관료 출신 인사 등의 자녀들을 특별 관리했으며 이 씨도 그 대상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은 2006년 ‘삼성 X파일’ 사건 등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이건희 회장이 헌납한 8천억원을 출연금으로 ‘삼성꿈장학재단’을 설립 및 운영해왔다. 저소득층에 기회를 주기 위해 성적이 우수하지만 경제적 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주로 선발해 지원한다. 2021년 해산한 ‘삼성장학회’는 고급인력 유치를 위해 석박사 중심 인력을 지원했다. 즉, 삼성의 기존 장학사업 규정에 따르면 이 씨는 선발될 수 없었다. 

 

반면 삼성화재 장학금 운영 기준은 다소 이례적이었다. 성적 상위 10% 학생 중 학교장이 추천해 선발하는 방식이다. 이 씨가 삼성장학생으로 선발된 2008년 2월 당시 A외고 3학년 학생 수는 약 420명으로, 이 중 성적 상위 10% 기준에 충족하는 학생 수는 42명에 이른다. 그러나 42명 중 이 씨가 선발된 배경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후 이 씨는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2009년부터 2013년 졸업까지 매년 400만원씩 총 1,6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아빠찬스 의혹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정황은 이창양 후보자와 삼성화재 대표이사 간의 이해충돌 여부다. 당시 삼성화재 대표이사는 1979년 제일모직에 입사해 1998년부터 최근까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총괄한 A 씨였다. 비슷한 시기 이 후보자는 산업부에서 반도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관료였으며, 퇴직 이후 (주)TCK,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반도체 관련 기업 사외이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또 이 후보자가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하던 2009년 제일모직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비학위과정 책임교수로 위탁교육을 전담하기도 했다. 

 

A대표가 삼성화재 대표이사로 재직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기간이 이 씨가 장학금을 받은 해(2009-2012)와 겹친다는 점도 의혹이 커지는 대목이다.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삼성화재 장학금은 이 씨가 마지막 장학금을 받은 2013년 폐지됐다. 삼성화재 측은 “국가에서 2012년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 제도를 신설하는 등 사회적 기조 변화 때문에 사업이 종료됐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삼성화재 측의 이 같은 답변은 경제적 환경 등과 무관하게 장학생을 선발하는 제도 운영 취지가 애초에 적절하지 않았음을 시인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씨의 삼성장학생 경력이 진학이나 취업에 활용되었을 가능성도 높다. 삼성 장학생 선발은 해외 유명대학에 입학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수만 누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장학금으로 꼽히며, 장학생 선발 이력을 기재하는 것만으로도 진학 및 취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씨는 2013년 2월 서울대를 졸업한 뒤 같은 해 9월 미국 위스콘신대로 진학해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2019년 7월부터 캐나다 McMaster University 경제학과 교수로 취업했다. 해당 대학 사이트 내 이 씨의 개인 홈페이지 경력란에는 ‘삼성 장학금 수령(2009~2013 Samsung Undergraduate Scholarship)’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 씨가 미국 대학 석박사 과정 입학 및 교수 취업 과정에서 삼성 장학생 이력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송갑석 의원은 해당 의혹을 검증하기 위해 이 씨의 위스콘신대 입학서류 사본 및 교수 취업 당시 제출 자료 등을 요구했으나, 이 후보자는 개인정보를 사유로 제출에 응하지 않고 있다.

 

송갑석 의원은 “삼성화재의 장학금이 고위관료 출신 인사 등의 자녀들을 특별관리할 목적으로 운영되다가 슬그머니 폐지된 것 아닌지 의문”이라며, “이 씨의 스펙쌓기에 아빠 찬스가 있었는지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3일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오는 9일 계획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삼성화재 장학금 관련 실무책임자 증인 채택을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