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의 아이콘, 차베스가 우리 사회에 남긴 의미

posted May 2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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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의 아이콘, 차베스가 우리 사회에 남긴 의미>

 

 

조돈문 교수, 신간 '베네수엘라의 실험' 펴내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남미의 대표적인 정치인이었던 베네수엘라의 대통령 우고 차베스가 지난 3월 6일 사망했다.

 

1998년 56%가 넘는 지지율로 대통령에 당선된 이래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2003-2010년 집권)과 더불어 신자유주의에 대한 남미식 대안 모델로서 그만큼 세계의 시선을 끈 이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세상이 중남미, 특히 베네수엘라에 주목한 것은 차베스가 주도한 변혁적 실험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차베스가 내건 21세기 사회주의 모델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나 그 실체와 성과는 국내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다.

 

차베스 정권과 관련해 국내 언론들이 전한 소식 대부분이 미국이나 서방의 일방적인 시각을 재인용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차베스가 국내에서 환영받지 못한 것도 어쩌면 차베스를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 또는 '독재자'로만 취급해온 서방 측의 편향된 시각에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모른다.

 

이런 점에서 신간 '베네수엘라의 실험: 차베스 정권과 변혁의 정치'는 의미가 크다.

 

브라질·베네수엘라 좌파정권의 경제정책을 연구해온 가톨릭대 사회학과 조돈문 교수는 1년 반 동안의 중남미 현지조사를 거쳐 균형잡힌 시각으로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차베스 정권 실험의 실체와 성과를 분석하고 차베스 사례가 한국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성찰한다.

 

제1부는 차베스 정권의 변혁성과 불안정성을 분석하고, 제2부는 노동계급의 딜레마와 주체 형성 문제를 검토한다.

 

제3부는 공동경영을 둘러싼 사회적 행위주체들의 전략과 함께 사례연구를 통해 공동경영의 실질적 실천과 성과를 분석하고, 제4부에서는 베네수엘라 변혁 실험의 실천적 함의를 논의한다.

 

조 교수는 "차베스 정부는 집권 초기 기득권 세력의 견제와 공세 탓에 새로운 정책, 특히 변혁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지 못했다"면서 "정권의 위기 상황이 극복되면서 2005년 들어 비로소 21세기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국유화와 공동 경영 전환을 중심으로 한 변혁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련과 동구권의 국가사회주의와는 달리 정부와 노동자들이 국유 기업을 공동 경영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히 파격적인 변혁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조 교수는 차베스 정부의 변혁 실험이 되돌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국유 기업의 공동 경영은 해당 기업이 재사유화되면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 차베스 이후에도 변혁 실험이 꾸준히 추진되고 강화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과 기반을 형성하지 못했다는 점은 차베스 정권의 한계"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차베스 사례가 한국 사회에 던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조 교수는 "차베스의 변혁 정책은 자본주의 체제의 기초를 이루는 사유재산제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기 쉽지 않았다. 차베스는 이에 대해 '아미고 에네미고'(친구가 아니면 적이다)라는 식으로 대응해 차베스를 지지하면 차베스의 변혁 정책도 지지하라고 압박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양분 전략은 변혁 정책 추진을 위한 합리적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 비용은 적지 않았다. 그 결과로 인해 베네수엘라 사회의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양극화가 더욱 심화하고 사회·정치적 불안정 상황이 지속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한국의 민주 노조 운동이나 진보 진영도 이처럼 설득의 논리보다 동원의 논리에 익숙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민주 노조 운동이나 진보 진영이 당면한 투쟁을 성사시키기 위해 구성원을 향해 설득의 논리 대신 동원의 논리로 접근하게 되면 노동자 대중은 객체화·도구화되고 있다고 느끼게 되며, 지도부와 노동자 대중 사이의 정서적 괴리는 더욱더 확대된다. 결국 수평적 소통과 설득의 논리를 체화해 일상적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소외·고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 교수는 "우리 사회는 시민사회 발달 수준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중남미와 유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리가 여전히 중남미를 대상으로 분석하고 배울 점이 많은 이유"라면서 "특히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부 아래에서 추진됐던 변혁 실험을 중심으로 한 역동성과 전략적 고민은 유럽 등 다른 대륙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귀중한 경험이고, 그래서 이 책을 집필해 그 경험을 공유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후마니타스. 344쪽. 1만7천원.

 

changyong@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21 15:1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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