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한국-베트남 관광인재 꿈꾸는 흐엉 씨

posted Oct 1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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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한국에 오니까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처럼 느껴져 참담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해 한국사회에 필요한 존재로 인정받으려 합니다."

 

지난해 7월 한국으로 결혼이주한 뒤 지난달부터 숙명여대 대학원에서 문화관광학을 공부하는 흐엉(25.여) 씨는 15일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관광 인재가 되어 두 나라 문화교류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흐엉 씨는 베트남 하노이대 한국어과(2008-2012)와 하노이백과대학 정보기술학과(2007-2012)를 동시에 다녔다. 하노이대학이나 백 개 학과가 있는 백과대학 모두 하노이에서 알아주는 대학이다.

 

그는 "한국어를 배우면서 동시에 베트남에서 잘나가는 컴퓨터정보기술 분야에서 전문지식을 배워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는 대학 한 학기당 학비가 한화로 베트남 직장인 월급 수준인 10만∼25만원 수준이어서 조금 노력하면 두 개 대학을 다닐 수 있다.

 

그런데 학비를 벌기 위해 관광가이드로 일하다 2009년 만난 한국인과 결혼하면서 베트남에서의 사회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는 "3년간 인터넷이나 전화, 때로는 직접 오가면서 연애한 끝에 지난해 양가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결혼했는데 한국에 와 보니 생각지도 않은 타이틀이 주어지더라"고 말했다. 그것은 다름아닌 '다문화가족' 또는 '결혼이주여성'이라는 말이었다.

 

그는 얼마 뒤 이 말이 이주여성들을 낮춰 부르는 의미로 쓰인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국인들이 왜 왔냐고 물을 때 '결혼했다'고 말하면 이내 표정이 달라지더라는 것이다.

 

흐엉 씨는 한국 사회의 편견을 불식하는 방법은 스스로의 존재감을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

 

마침 장학금을 받고 다닐 수 있는 곳이면서 베트남과 한국에서 필요로 하는 관광산업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그는 또 스스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에 나서기로 결심, 방송사 오디션에 응시해 합격했고, 지난 7월부터 KBS1 일요 아침 전원드라마 '산너머 남촌에는' 시즌 2에 출연중이다.

 

경기도 화성에서 서울로 등교하면서 수원 세트장과 강원도 제천에 있는 야외촬영장을 오가는 강행군을 석 달째 계속하고 있다. 세트장 촬영은 금요일에 하고 야외촬영은 주로 일요일과 월요일, 화요일에 잡히지만 변동이 많아 약속을 잡았다 스케줄을 변경하는 일이 잦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말에 그는 정색을 하며 "이주여성들은 방송인이 되어도 많이 못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계약조건이 불리하다고만 말했다.

 

그는 또 여러 방송매체에서 방영하는 다문화 관련 프로에 대해 "대개 다문화가정의 결혼이주여성을 가난하고 불쌍한 존재로 만드는 것 같아서 출연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대학원을 마친 뒤의 계획을 묻자 그는 망설이지 않고 "우선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한국관광공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칠 즈음 베트남에 대해 잘못 알려진 일이 있다며, "베트남 여성들이 모두 자기가 좋아서 사회생활을 하며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베트남에서는 여자들이 집에서 빈둥거리면 욕을 먹는다는 것이다.

kjw@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15 14:2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