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장관 '대법원 직접 제소' 요건 못 갖췄다"
"'재의요구 요청' 기한내에 안해…'사후 문제삼은 제소' 불허"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이신영 기자 =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8일 교육부 장관이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제정조례안 의결은 효력이 없다"며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낸 제정조례안 의결 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의 실익이 없거나 소 제기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등의 사유가 있을 때 법원이 본안에 대한 실체적 판단을 하지 않고 소송을 끝내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소송은 원고가 대법원에 직접 제소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법 및 지방교육자치법 등 관계 법령에 따르면 교육·학예에 관한 시도 의회의 의결 사항에 대해서는 교육감이 '재의요구'를, 교육부 장관이 '재의요구 요청'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교육감과 장관의 권한은 각각 별개의 독립된 권한으로 규정돼 있고 각자가 이를 정해진 절차와 요건에 맞춰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 장관이 조례안에 대해 서울시교육감에 한 재의요구 요청은 정해진 기간이 지나 이뤄졌고 이에 따라 사후에 장관이 문제삼아 소송을 내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원고가 시도 의회의 의결 사항에 대해 제소하기 위해서는 교육감이 의결 사항을 이송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의회에 재의를 요구할 것을 교육감에게 요청했는데도 교육감이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비록 서울시교육감이 2011년 12월20일에 조례안을 이송받은 후 20일 이내인 2012년 1월9일 서울시의회에 재의 요구를 했다가 철회했지만 그렇더라도 원고가 독립된 권한인 재의요구 요청을 하지 못할 장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법원은 "따라서 원고는 조례안의 이송일부터 재의요구 요청 기간인 20일이 경과했음이 명백한 지난해 1월20일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서울시교육감에게 재의 요구를 요청했으므로 조례안에 대한 대법원 제소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곽노현 전 교육감이 재직하던 지난해 1월26일 학생 인권 보장의 원칙을 천명하면서 교내 집회 허용, 두발·복장 자율화, 학생인권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이 담긴 '서울학생인권조례안'을 공포했다.
이에 교육부는 곧바로 "조례에 사회적으로 미합의된 내용이 다수 담겨있고 상위법이 위임한 범위를 넘어선 내용도 많으며 공포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무효 소송을 냈다.
그러나 곽 전 교육감이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를 매수한 혐의로 지난해 9월 유죄가 확정돼 물러난 뒤 문용린 교육감이 취임한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조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며 사실상 학생인권조례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법상 교육부 장관은 시도 의회의 의결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면 교육감에게 재의 요구를 지시할 수 있고 교육감이 이를 따르지 않은 경우 대법원에 직접 제소할 수 있다. 소송은 대법원에서 단심 재판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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