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유일지배체제 강화…남은 실세 최룡해 주목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김정은 체제의 '2인자'였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통해 실각이 확정됨에 따라 북한 지도부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 회의에서는 장 부위원장을 '반당·반혁명적 종파분자' '반국가적·반인민적범죄행위자' 등 중대범죄자로 낙인찍고 모든 공식직함을 박탈하고 '장성택 일당'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장 부위원장은 1970년대 김정일 후계체제 때부터 실세로 활동하며 그동안 북한의 권력 핵심부에 자신의 사람들을 포진시켰다.
따라서 박봉주 내각 총리,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지재룡 주중 대사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인물들이 그동안 장 부위원장과 연을 맺으며 승승장구했
던 만큼 조직에 손을 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사망 이후인 1997년께 인민보안부가 6·25전쟁 간첩단을 재조사해 서관히 농업 담당 비서를 처형하는 등 '심화조사건' 때도 수 천명의 간부들이 숙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사건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사회적 충성을 유도하고 사회 전반에 새로운 인물들을 충원함으로써 김정일 체제를 공고히 했는데 이번 장 부위원장의 숙청도 당시 상황을 재현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통해 김정은 제1위원장 중심의 유일 지배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것이 이번 숙청의 속내라는 분석이 많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위해 당장 장성택 계열 인물들을 놔둔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손을 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부위원장의 숙청은 자연스레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과 그 주변 인물의 도약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 총정치국장은 김정은 체제에서 장 부위원장과 양대 축을 형성했고 정책적으로 장 부위원장과 갈등하며 사실상 이번 숙청의 배후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앞으로 노동당과 내각 등에 있는 장성택 계열 인물들이 제거되면서 최룡해 계열 인물들이 전진배치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선 지난 2년간 김정은 체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신진 군부 인사들이 내세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리영길 군 총참모장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와 동시에 최 총정치국장과 장 부위원장은 3대 혁명소조와 사회주의청년동맹 등에서 활동을 통해 과거 행적이 겹치는 부분이 많아 우선 장 부위원장의 인물중 충성을 확약받고 쓸만한 인물들은 직을 유지토록 할 가능성이 있다.
이후 노동당의 핵심적인 자리와 내각의 주요 상들을 바꿔나가면서 사실상 세대교체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장 부위원장의 숙청은 정책의 수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장 부위원장의 숙청 사실을 밝히면서 "당의 방침을 공공연히
뒤집어엎던 나머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명령에 불복하는 반혁명적인 행위를 서슴없이 감행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장 부위원장이 군부의 결정에 반발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올봄 개성공단 폐쇄과정이나 작년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등에 반대입장을 표시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장 부위원장의 부재는 군부의 강경한 대외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또 그동안 김정은 체제에서 속도를 내던 북한의 경제 개혁과 개방정책이 숨고르기를 할 개연성도 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북한이 숙청을 단행할 때는 노선의 갈등 가능성이 내재해 있다고 봐야 한다"며 "장 부위원장의 숙청은 그동안 숨죽이던 새로운 노선이 앞세워질 것을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2/09 09:5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