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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지는 한반도>⑥그 많던 명태·쥐치는 어디로 갔나

posted May 2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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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지는 한반도>⑥그 많던 명태·쥐치는 어디로 갔나

 

명태(자료사진)
 

기후변화로 해양생태계 급변…해조류 급속히 사라지고 산호류 급증

(서울·제주=연합뉴스) 기획취재팀 = 기후변화로 서식지가 바뀌는 것은 농작물과 식물만이 아니다.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살던 물고기들도 거처를 옮기고 있다.

 

명태가 대표적이다.

 

명태가 한국인의 음식문화에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는 그 호칭의 다양성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명태, 동태(얼린 명태), 북어(말린 명태), 황태(한겨울에 얼리고 녹이기를 반복해 말린 북어), 생태(얼리거나 말리지 않은 명태), 노가리(명태의 새끼) 등은 모두 하나의 물고기의 다른 이름들이다.

 

그만큼 다양한 조리법으로 다채롭게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대표적 한류성 어종인 명태의 어획량이 최근 들어 급격히 줄면서 사실상 수입 물고기가 됐다는 점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동해에서 가장 잘 잡히는 물고기 중 하나였던 명태는 2009년, 2010년 연간 어획량이 1t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26년 이후 최저였다.

30년 전인 1980년 9만6천t씩 잡혔던 것과 견주면 사실상 '씨가 마른' 셈이다.

 

쥐포로 많이 먹었던 쥐치도 1980년 연간 22만9천t 잡히던 것이 2010년엔 고작 3천500t 잡혔다.

 

모두 수온 변화 탓이다.

 

박성은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 수산연구센터 박사는 "최근 10년간 전 세계 평균 수온은 0.6∼0.7도 상승했는데 우리는 1.2도나 상승했다"며 "평균의 2배꼴로 우리 해역의 수온 상승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겨울철은 여름철보다 수온 상승 폭이 컸다. 한류성 어류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요새 우리 식탁에 오르는 명태는 대부분이 우리 원양어선이 이웃 러시아 어장에 나가 잡아온 것이다. 명태의 주 서식지가 바뀐 탓이다.

 

심지어 2011년에는 명태가 농수축산물 '밀수 1위' 품목에 오르기도 했다.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황태마을의 황태덕장(자료사진)
 
사라지는 어종이 있지만 한반도 수역으로 이사 온 물고기들도 있다. 참다랑어(참치)는 원양어선을 타고 먼 남쪽 바다로 나가야 잡을 수 있는 어종이었지만 이젠 한반도 근해에서도 잡힌다.
 

심지어 양식까지 시도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제주도와 전남 여수 거문도, 경남 통영 욕지도 등 세 곳에서 참다랑어 시험양식을 하고 있다. 거문도에서는 월동 생육 실험 결과 119마리 중 103마리가 겨울을 넘겼다.

 

열대어들도 이사를 왔다.

 

고준철 아열대수산연구센터 박사는 "제주도 주변에서 어획 시험조사를 하면 2000년엔 한두 개체 보였던 아열대 어종이 2005년 이후로는 개체 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최근엔 어획 시험조사를 하면 건져 올린 어종 중 40% 이상이 아열대 어종이다.

 청줄돔이 가장 많이 증가했고 가시복, 독가시치, 거북복 등도 흔하게 보이는 어종이 됐다.

 

그러나 이런 어종들이 얼마나 늘었는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먹는 물고기는 어민들의 어획량 통계라도 있지만, 아열대 어종은 상업성이 없다 보니 그물에 걸려 올라와도 바로 버려지는 탓이다.

 

이보다 좀 더 피부에 와 닿는 변화는 바다 밑바닥 생태계의 변화다. 미역, 다시마, 김, 파래 같은 해조류와 패조류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준철 박사는 "수심 15m까지를 해녀들이 활동하는 마을어장권으로 보는데 그 안에서 서식하는 생물 중 해조류는 감소하고, 말미잘류, 빛단풍돌산호, 거품돌산호 등 무척추동물이 아열대성 어류 증가 시가와 맞물려 마을어장을 뒤덮을 만큼 번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호류의 증대는 바로 '바다의 사막화'로 불리는 갯녹음 현상을 의미한다. 연안의 바위에 산호류가 들러붙으면서 해조류는 쫓겨나고 해조류를 먹이로 삼던 어패류도 사라지게 돼 어장이 황폐화된다.

 

갯녹음의 원인은 수온 상승과 육지의 오염물질 유입 등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 박사는 "그 영향으로 기존의 해조류와 패조류는 제주도 마을어장에서 아예 없어졌다"며 "예전에 10마리 있던 곳에 지금은 1∼2마리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한때 제주도 특산물로 유명했던 오분자기도 지금은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전복과에 속하는 오분자기는 1995년 생산량이 159t에 달했지만 2010년엔 13t으로 감소했다.

 

제주도에서도 종묘를 방류하는 등 자원 회복을 위해 애쓰고 있다.

 

동해에서 조업중인 어선(자료사진)
 
박석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 박사는 "종묘를 계속 뿌리고 있지만, 자원이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며 "법을 통해 포획금지 기간을 두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박사는 "바다 표면은 고요하고 잠잠하지만 그 밑에선 토착 생물과 열대성 생물 간에 치열한 생존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제주도의 저서 생태계가 변하면 먹이사슬에 따라 어류들도 열대성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새도 마찬가지다. 아열대성 조류인 물꿩의 경우 관찰 기록만 한두 차례 있었는데 2009년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번식을 했다. 최근엔 경남 창녕 우포늪 등에도 매년 찾아온다.

 

반대로 제주도에 살던 논병아리는 최근 번식 빈도가 떨어졌다.

 

강창완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지회장은 "너무 더우니까 북상하는 게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먹거리가 되는 동·식물군의 변화는 아니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변화는 또 있다. 바로 해수면 상승이다.

 

한반도는 투발루나 몰디브처럼 수몰 위기에 처한 국가들과 사정이 달라 해수면 상승은 당장 와닿지 않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곳 있는데 제주도의 용머리해안이 그곳이다.

 

서귀포시 안덕면 용머리해안은 180만 년 전 수중 화산 폭발로 형성된 용암 지형이다. 지질학적 가치와 경관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았다.

 

경관이 이색적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광지가 됐고 1987년엔 해안을 따라 도는 450m 길이의 산책로가 조성됐다. 하지만 당시엔 바닷물에 잠기는 일이 없던 이 산책로는 최근엔 하루 평균 4∼6시간 물에 잠긴다.

 

밀물 때엔 조금·사리에 관계 없이 침수돼 지구 온난화의 대표적인 피해 사례가 됐다. 작년 10월엔 이 해안 주변에 기후변화 홍보관도 문을 열었다.

 

산책로 출입을 관리·통제하는 산방산관광지관리사무소의 오지성 소장은 "갈수록 매표소에서 출입을 통제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은 박사는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란 예측이 강하다는 점"이라며 "지금은 용머리 해안이 잠기는 정도지만 더 상승하면 연안선 자체가 변화할 테고 연안선 부근 토지 소유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21 06:1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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