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주장과 논리가 아닌 정서적 공감대를 넓히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한-일 관계가 지금보다는 훨씬 깊어질 것입니다."

 

1997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한국에 정착한 다케오카 아키코(50.여) 씨는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5년여 기간을 한국에 살면서 지금처럼 마음이 불편할 때가 없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불편한 이유는 일본 아베 총리 등이 잇달아 위안부 문제 등을 거론하며 한-일간 역사에서 채 아물지 않은 상처를 계속 덧나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독도 시비 등 두 나라 관계에 우여곡절이 많았고 그럴 때마다 양쪽 입장을 이해하며 마음을 다독였지만 이번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아베 총리 등의 언행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점점 과격해지는 일본 내 극우파의 언동도 걱정스럽다.

 

그가 말하는 정서적 공감대란 두 나라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면서 인간적으로 조금 더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다케오카 씨는 한국에 오기 전 일본에서 1996년 결성된 오카리나 공연팀 '이스트' 멤버로 약 1년 활동했고 한국에 온 뒤에도 계속 옛 동료와 연락을 취하다 2004년부터 이스트의 한국 공연 기획과 홍보를 맡고 있다.

 

이스트가 속해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레인보우 파크'의 한국지사 홍보팀장이 그의 공식 직함이다.

 

지사 직원은 그 혼자지만 2005년 숙명여대 공연을 시작으로 2007년 서울 코엑스와 충청남도 보령, 금강산 등지에서의 공연에 이어 2011년에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올 4월에는 전라남도 순천에서 열리고 있는 순천만 정원박람회에서 공연했다.

 

올가을에는 한국 주재 일본문화원에서 기획하고 있는 한-일 문화교류 공연을 포함해 더 많은 한국 공연을 준비하고 있고 빠르면 올해부터 미국 등지에서 한국 재외동포들을 위한 공연에 나설 계획이다.

 

일본 공연팀이 한국 재외동포들을 위한 공연을 준비하는 이유는 레인보우 파크 대표가 재일동포이고 이스트가 지금까지 선보인 모든 곡을 그가 작곡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두 나라 사이의 감정의 앙금을 씻을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케오카 씨는 "또 이스트 팀원들은 일본인 청중들이 조신하게 쳐 주는 박수보다 한국인 청중들의 힘찬 박수 소리를 더 좋아하고 한국 음식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그는 요즘 문화체육관광부나 국제교류재단 등 문화공연을 지원하는 곳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그는 또 서울 청계천 등 조용한 곳에서 산책하는 이들에게 오카리나 소리를 들려주고 싶어 한다.

 

그는 "공연비가 적더라도 한국에서의 공연 기회를 많이 만들려 하고 의미 있는 행사에는 꼭 찾아가 공연하려 한다"고 말했다.

 

의미 있는 공연이란 바쁘게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연의 숨결을 느끼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생명력을 되찾게 만들어주는 공연이다.

 

이 때문에 산이나 바다, 강, 봄, 바람 등 자연을 소재로 한 곡을 많이 만들지만 사회성을 가미한 곡도 있다.

 

다케오카 씨는 "일본은 한반도 남북분단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생각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착안한 '재회'라는 곡도 만들었고 2007년 금강산 공연을 다녀온 뒤 '금강산'이라는 곡을 지어 지금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며 "적절한 기회에 이런 곡들을 한국인들에게 들려주며 마음을 위로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카리나 연주자와 드럼연주자, 피아니스트, 베이스 기타 등 9명으로 구성된 이스트는 일본 도쿄에 있는 히비야 공원 공연장에서 수시로 행사를 열고 있고 겐페이가와(강) 정화 사업 홍보 영상을 제작해 오카리나 곡을 붙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강화도에서 살고 있는 다케오카 씨는 1998년 한국으로 귀화했지만 일본 이름은 바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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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07 16:1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