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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한-중 사상ㆍ문화교류 꿈꾸는 中유학생

posted Nov 1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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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 양웨이레이 중한자원봉사자협회장
서예가 양웨이레이 중한자원봉사자협회장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서예가인 양웨이레이(楊衛磊) 중한자원봉사자협회 회장은 18일 "한국에 와 철학을 공부하면서 한국에도 중국 사상을 공부하는 분들이 많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두 나라 청년학생들이 문화와 예술, 나아가 사상분야에서도 교류의 폭을 넓혀나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서예와 전각 작품 45점으로 '사랑ㆍ가을전(展)'을 열고 있다. 2013.11.18 kjw@yna.co.kr

 

양웨이레이 중한자원봉사자협회 회장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한국과 중국은 '일의대수'(一衣帶水) 관계 아닙니까? 경제적으로 이미 가장 가까운 나라가 된 만큼 두 나라 청년 학생들이 문화와 예술, 나아가 사상분야에서도 교류의 폭을 넓혀나갈 수 있도록 적은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양웨이레이(楊衛磊.33) 중한자원봉사자협회 회장은 18일 "중국에서 서예를 공부하면서 한국을 알게 됐고, 한국에 와 철학을 공부하면서 한국에도 중국 사상

을 공부하는 분들이 많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서예가로도 이름이 알려진 양 씨는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서예와 전각 작품 45점으로 '사랑ㆍ가을전(展)'을 열고 있다.

 

허난성 상차이(上蔡)현 출신으로 날렵한 필치의 행초서가 장기인 그는 "중국 최고의 서예학자로 청나라 건륭제의 후손인 치공(啓功. 2006년 타계) 선생을 존경해서" 서예에 입문했다. 상차이현은 진시왕의 천하통일을 보좌했던 역사의 인물 이사(李斯)의 고향이기도 하다.

 

치공 선생을 만날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상차이현 제일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 근처에서 거액의 돈 가방을 주운 것을 계기로 학교는 그의 '선행'에 대한 보답으로 장학금을 줬고 그는 감사의 표시로 '위인사표'(爲人師表)라는 글을 써 학교에 전했는데, 허난대 교수가 이 학교에 들렀다가 교장실 벽에 붙어 있던 글씨를 보고 그를 찾은 것이다.

 

이 교수는 그에게 미대 진학을 권했지만 그는 치공 선생이 계신 베이징사범대에 진학하겠다고 말했고, 2000년 그는 여비까지 마련해 준 학교 측의 배려에 힘입어 전체 3등의 성적으로 허난성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이 대학에 합격했다.

학교에서 80대 고령의 치공 선생에게서 직접 글씨를 배울 기회는 없었지만, 선생은 어젠가 한 번 발표회 때 그의 글을 보고 "글씨가 좋구나. 글을 잘 쓰려면 먼저 마음을 닦아 참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남겼고 그는 이 말을 평생의 교훈으로 새기고 있다. 2005년 6월 서예학과를 1등으로 졸업한 그는 한국 유학길에 오른다.

 

그는 "학교 다닐 때 중국에 머물던 미국의 하버드대와 예일대, 프린스턴대 출신 대학생들에게 서예와 중국문화를 가르쳤는데, 이들 중 친하게 지내던 한국교포 2세들 몇이 한국에 꼭 가 볼 것을 권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하버드대 옌칭연구소를 이끌던 뚜웨이밍(杜維明) 교수가 언젠가 '유학이 한국에 있다'고 말한 것이 생각나 한국행을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어학원에서 한국말을 조금 배운 뒤 2006년 말 자비로 한국에 와 서울대어학원에서 9개월 우리말을 더 배웠고 유학과가 있는 성균관대 석사과정에 진학, 어릴 적 배웠던 대학과 중용 등 고전을 한국말로 다시 배웠다.

 

그는 석사를 마친 뒤 다시 미국에 가려 했지만 이번에도 그와 학문적 우정을 나누던 이들이 그를 말렸다.

 

그에게서 서예를 배우던 어느 교수가 "한-중 문화와 문학, 예술교류가 필요한 때 한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그를 붙든 것이다. 그는 고민 끝에 2009년 서울대 철학과 시험을 치렀고 외부 학생으로는 유일하게 합격했다.

 

그는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 고봉 기대승, 우계 성혼 등의 철학을 공부하며 한국과 중국의 사상자원이 같은 뿌리에서 나와 각자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고 있음을 알았다"고 말했다.

 

중한자원봉사자협회를 만든 것은 2008년 4월 당시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를 빌미로 한국인들과 중국 유학생들이 충돌한 사건이 계기였다.

 

그와 함께 서예를 공부하는 이들과 달리 중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감정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는 사실도 그때 깨달았다.

 

그는 "한국에서 배운 양명학의 '지행합일'의 가르침대로 2009년 말 유학생 셋이 서울 사당동의 상록고아원(현재 상록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에 맞는 한국인 친구들과 힘을 합쳐 2010년 협회를 창립했고, 중국에 있는 한국인 유학생들의 힘을 빌어 중국지부까지 설립했다.

 

협회는 이후 독거노인복지센터와 장애인센터, 초등학교와 보육원 등지를 찾아다니며 서예와 중국어를 가르치고, 청소와 음식 조리 등 각종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방학 중 활동 횟수가 많을 때는 한 달에 20일이 넘는 때도 있다.

 

지난 3년간 협회를 운영하느라 그는 서예와 중국어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모두 다 써버렸지만, '성심을 다해 행하자'는 초심을 생각하며 앞만 보고 가고 있다.

 

kjw@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18 16:0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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