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 여파로 버스 유리창 40m 날아가
(샤름 엘셰이크=연합뉴스) 김준억 한상용 특파원 = 폭탄이 터질 당시의 엄청난 충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17일(현지시간) 오후 5시께 기자가 찾은 이집트 시나이반도 타바 국경 인근에는 노란색의 관광버스가 이틀째 처참한 몰골로 방치돼 있었다.
폭발 사건이 발생한 지 만하루가 훨씬 지났지만, 현장 주변에는 버스 차체와 고무, 천 등이 불에 탄 냄새가 진동했다.
중앙에 형형색색으로 'CRAFT'가 새겨진 버스는 그야말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버스 앞쪽 철제 지붕은 폭발 여파에 왼쪽 방향으로 휘어진 채 하늘로 솟구쳐 있었다.
자폭 테러범이 오른쪽 탑승구 바로 앞쪽 주변에서 폭탄을 터뜨렸다는 추정을 뒷받침하는 증거인 셈이다.
- 이집트 자살폭탄 테러의 참혹한 현장
- 이집트 자살폭탄 테러의 참혹한 현장
가로, 세로 약 1㎡ 크기의 버스 정면 유리창은 앞쪽으로 40m 거리를 날아가 산산 조각났다.
옆면과 뒷면 유리창도 모두 파괴돼 버스 내부는 훤히 보였다.
전체 15열 정도의 좌석도 뼈대만 남은 채 폭발 당시의 처참함을 그대로 전달했다. 버스 앞쪽에서 폭발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의자 대부분이 뒤쪽으로 크게 휘어졌다.
버스 정면에서 왼쪽으로 3m 거리의 철재 담장도 무기력하게 쓰러져 있었다.
경찰통제선을 치고 현장을 감시하는 한 30대 경찰관은 한국 취재진을 향해 "버스 탑승구 앞쪽에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라인이 설치된 구역 안에는 주인을 잃은 신발과 옷가지 조각, 버스 철재 파편 등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 버스 앞쪽 검은색 대형 타이어는 옆쪽으로 고꾸라져 있었다.
목격자인 이집트인 모에즈(38.영어 관광 가이드)는 한국 취재진에 자발적으로 다가와 "당시 폭발음이 워낙 커 500m 밖에서도 들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쾅'하는 소리를 듣고 현장에 와 보니 버스에서는 연기가 치솟고 시신과 부상한 사람이 뒤엉켜 있었다"고 회상했다.
사건 현장은 이집트와 이스라엘 국경 검문소에서 불과 150여m도 안 되는 지점에 있다.
이 때문에 양국을 오가는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과 지역 주민의 시선은 당연히 이 버스를 놓칠 수 없었다.
실제 외국인 관광객은 폭이 약 20m에 달하는 도로를 지나갈 때마다 처참한 모습의 버스 사진을 카메라와 휴대전화에 담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버스 앞 배경의 최고급 고층 호텔과 유독 대조돼 보였다.
폴란드에서 단체 관광을 왔다는 한 여성은 "이스라엘에서 한국인이 버스 폭탄 테러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매우 유감이다"는 말을 건넨 뒤 버스를 향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자살 폭탄 테러범이 시나이반도를 찾는 관광객에 공포심을 주려는 차원에서 이곳을 최적의 범행 장소로 택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시나이반도의 타바와 샤름 엘셰이크, 다합은 세계에서도 유명한 관광지로 꼽힌다.
이 사건 흐름을 잘 알고 있는 한 정보 소식통은 "범인이 이집트 관광 산업에 타격을 주고자 이런 길목에서 폭탄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justdust@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2/18 09:3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