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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살롱 안가냐"…미국땅서 '한국' 찾는 한국기업

posted Jun 2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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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살롱 안가냐"…미국땅서 '한국' 찾는 한국기업>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미국서 한국기업 상대 첫 시위
(애틀랜타=연합뉴스) 김재현 특파원 = 미국 조지아주 소재 현대기아자동차 부품업체에서 흑인 여성 노동자인 테레사 피커드(42) 씨가 작업 중 사망한 것과 관련, 유가족과 전미자동차노조 관계자 등 40여명이 26일 오후(현지시간) 애틀랜타 시내 피드먼트공원에서 추모 집회를 열었다. 무노조와 값싼 노동력, 각종 세제 혜택을 좇아 미국 남부 지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상대로 미국 국민과 대규모 노조가 노조 설립을 위한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원에서 일한 피커드씨는 일부 현지 언론이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에 숨졌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미국 노동부의 3차례 공장 내 작업환경 조사에서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아 사측 주장대로 지병이 사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13.6.27 jahn@yna.co.kr

 

 

한국기업 상대 시위사태…기업문화 개선 계기돼야

 

(애틀랜타=연합뉴스) 김재현 특파원 = 미국 현대기아자동차 협력업체에서 발생한 여성 근로자 사망과 현지인들의 첫 항의시위를 계기로 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 문화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동성결혼까지 허용할 만큼 인권을 중시하는 미국에서 한국 기업들이 '안 되면 되게 하라'는 한국식 근로 환경을 고집하다 화를 불렀다는 비판이다.

 

한국 기업들은 하나같이 "철저하게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키고 있다"며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그동안 한국 기업이 작업속도와 비용 문제 때문에 상대적으로 근로자 안전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한 업체는 작업 비용을 아낀다고 공장 근로자에게 안전장갑 대신 목장갑을 지급했다가 미국 안전관리 규정 위반으로 거액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

 

2011년 조지아주 칼훈에 있는 LG 공장에서 근로자가 해머에 머리를 맞아 숨지는 등 유독 한국 업체에서 인명 사고가 잦은 것도 이런 '빨리빨리' 문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애틀랜타 한인사회의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한국 기업 공장에서 비인격적 대우를 받고 있다는 동포의 글이 실려 공분을 일으켰다.

 

이 근로자는 "한국에서 온 아들뻘 되는 직원이 작업속도가 늦다며 머리에 볼트를 던지고 툭하면 '이 XX' '저 XX' 욕설을 한다"며 미국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각종 유형의 작업장 내 폭력이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력업체에 고용된 파견 근로자 등 비정규직은 물론이고 동포 직원을 하대하는 데서 비롯된 갈등 사례도 허다하다.

 

애틀랜타 소재 한국 기업에서 일했다는 한 재미동포는 "그들(한국 기업 주재원)은 우리를 직원이 아닌 현채인(현지채용인)으로 부른다"며 "같은 미국 국민인데도 백인은 상전처럼 모시고 한인 동포는 주요 업무에서 배제시킨 채 하인 부리듯 한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다른 이민 1세대 '현채인'은 "미국에서 자란 한인 학생들은 현지 한국 기업을 군대보다 더 삭막한 직장으로 인식해 기피한다"며 "피부가 다른 외국인이 정시에 퇴근하면 '굿 나이트'라고 살갑게 인사하면서 한인 직원에겐 온갖 눈치를 주고 초과근무수당 없는 야근을 당연한 것으로 요구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한국'을 찾는 후진적 직장 문화도 바로잡아야 할 숙제다.

 

한국 대기업의 미국 진출을 도운 한 미국인 변호사는 몇 해 전 한국인 임원에게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재미 좀 봤을 텐데 한턱 쏴라"며 룸살롱에서 접대를 요구한 것.

이 변호사는 서울 강남 룸살롱에서 '공수'해왔다는 어린 접대부들 앞에서 밤새도록 폭탄주를 돌리는 임원의 시중을 들며 난생처음, 그것도 접대부의 개념이 없는 여성 인권대국인 미국 땅에서 한국의 밤 문화를 경험했다.

 

그는 "미국 땅에서 한국 룸살롱이란 게 있는지 몰랐는데 더 가관인 것은 임원이 부하 직원을 막 대하는 것이었다"며 "며칠 뒤 한국 주재원에게 '마누라들 사이엔 군기가 더 세다'는 말을 듣고 할 말을 잃었다"고 혀를 찼다.

 

애틀랜타는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에 이어 단일도시 기준으론 미국에서 3, 4번째로 큰 한인타운이지만 룸살롱 같은 유흥 접객업소 수는 뉴욕 못지않을 정도로 많다.

 

금요일 등 연휴 전날 저녁만 되면 룸살롱은 접대를 받는 현지 한국 주재원과 직원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한국 기업이 현지 한인 사회와 거리를 두는 것도 자신들의 '속사정'이 드러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

 

애틀랜타 등 조지아주만 해도 삼성전자, LG전자 등 굴지의 대기업이 미국 본사 또는 지사, 공장을 두고 있지만 한인 등 지역사회에 기부를 하는 기업은 기아자동차와 대한항공 등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조지아주는 마틴 루서 킹 목사가 태어난 흑인 민권운동의 성지로 흑인들의 영향력이 막강한 곳이지만 거의 모든 한국 기업이 미국 최대의 흑인 권익단체인 NAACP(전미유색인종발전협회)가 뭔지도 모를 정도로 흑인사회와는 담을 쌓고 지내는 실정이다.

 

현대차 부품업체인 세원의 흑인 직원 사망을 빌미로 현지 특정 세력이 '노동착취'라는 흑색선전과 함께 흑인 단체를 끌어들여 시위를 계획한 것도 기부와 다양성에 무지한 한국 기업의 약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김희범 애틀랜타총영사는 27일 흑인과 노조 시위까지 불러온 "이번 사건은 소통의 부재 때문"이라며 "한국인 관리자와 현지 직원간 의사소통과 문화적 차이에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한국 기업의 미국 현지 정착을 위한 하나의 성장통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한국 기업들이 미국민의 정서와 문화를 이해하고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jahn@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28 00:0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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