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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이주노동자에게 인권을> ③정부가 나서야(끝)

posted Mar 2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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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2013 세계 이주민의 날 기념 이주노동자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사장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두려움과 걱정없이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어 줄 것과 자유롭게 회사를 바꿀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줄 것" 등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DB)
 

"제도개선·보완, 관계당국 관리·감독 강화"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이 떠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과 고용허가제 등 제도를 개선·보완하고, 당국이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근로기준법이나 고용허가제에 대한 인식과 노동권·인권 의식이 미약한 농민 고용주들의 교육을 의무화하고,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기숙사를 만들거나 여성이주노동자들을 위한 긴급 쉼터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주노동자 숙소가 갖춰야 할 최소 기준을 마련하고 산재보험 임의 가입률을 높이거나 건강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정부 당국이 해야 할 일이다.

 

 

◇ "근로기준법 제63조 개선" = 우선 농축산업을 비롯한 일부 업종에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 적용을 제외하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63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주노동자들은 국내 근로기준법상 엄연히 '근로자'이지만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근로기준법 63조 '적용의 제외' 조항은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업종으로 농림 사업, 축산·수산 사업 등을 명시해, 1일 근로시간 8시간 초과 금지나 1주일 근로시간 40시간 초과 금지, 연장근로 1주 12시간 제한 등의 근로시간 규정이 농축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1주일 평균 1회 이상의 유급 휴일도, 연장·휴일 근로에 대한 통상임금의 50% 가산 지급 규정도 제외된다.

 

게다가 농장주들은 출퇴근 시간, 노동 시간에 대한 개념조차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근로계약서에 하루 8시간이라고 적어 놓고도 3∼4시간 더 일을 시키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인권 상황 실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올해 1월 말 발표한 정책 권고문에서 '근로기준법 제63조'와 관련해 법률 개정을 고용노동부에 권고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법 개정과 관련한 인권위 권고에 대해서는 내부 의견을 조율해 방침을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 "사업장 변경 사유 입증 책임 완화" = 노동계 전문가들은 사업장 변경 금지 조치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이 더 악화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노동건강연대에서 활동하는 공인노무사 정해명 씨는 "내국인 근로자에게는 사업장 이전의 자유가 당연하게 인식되는데, 외국인 근로자들은 아무리 처우가 나빠도 참아야 하는 실정이어서 고용주들의 횡포가 더 심해지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계절적 농업을 하는 사업주들은 농한기를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시기에 한시적으로라도 사업장·업종 변경 제한을 완화한다든지 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도 "'외국인 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업장 변경'과 관련해 근로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등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 "관리·감독 제대로" = 노동부 산하 각 지역 고용센터가 사업주들의 고용 실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 '지구인의 정류장'을 운영하는 김이찬 씨는 "고용센터 직원들이 불법적인 근로계약서에 대해서도 전혀 시정해주지 못한다"며 "얼마전 '지구인의 정류장'을 찾아온 한 이주노동자의 근로계약서를 보니 한 달에 280시간을 일하게 해놓고 임금은 226시간으로 계산해 놓았다. 이런 근로계약서가 노동부 전산망에 버젓이 등록돼 있는 실정"이라며 답답해했다.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 '지구인의 정류장'을 운영하는 김이찬 씨가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들로부터 최근에 건네받은 사진. 농기계 뒷편의 작은 가건물이 이주노동자들의 숙소다.
 

그는 또 "이주노동자들의 체류를 보장하는 유일한 합법 서류가 근로계약서이고 이것을 관리하는 곳이 노동부 산하 고용센터인데, 여기서 불법적인 내용의 근로계약서가 시정되지 않으면 노동자들의 임금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고용센터가 제 기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부 외국인력담당 관계자는 "1년에 상·하반기 두 번 근로감독관들과 함께 외국인 고용 사업장 3천여 개에 대해 합동 점검을 한다"면서 "최근 점검에서는 농축산업 분야의 최저임금 준수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장근로, 임금 체불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노동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고, 농축산업 분야 외국인 노동자 고용 실태 전반에 대한 특별 조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고용주 교육 의무화" = 농민들은 대부분 일당을 주고 한시적으로 일꾼을 써본 적은 많지만, 노동자를 제대로 고용해본 경험이 없어 근로시간에 대한 개념도 제대로 없고 '일꾼을 샀으니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는 식의 전근대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에서 활동하는 박선희 공인노무사는 "고용주들의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농축산업의 경우 근로시간 제한이 없다 보니 외국인 노동자들을 마치 노비 부리듯 한다"면서 "월급제로 누구를 고용해본 적이 없어서 관련 제도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라 근로기준법과 노동자 인권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외국인노동자 고용 업무를 위탁하는 산업인력공단이 관련 교육을 마련해 이를 수강하는 사업주에게 신규 외국인 근로자 배정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고용주들의 교육 참여율이 낮다.

 

◇ "여성 이주노동자 숙소·쉼터 지원" = 열악한 숙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공동 기숙사 건립을 정부나 농협에서 지원하는 방안도 하나의 대안으로 꼽힌다.

 

경기 지역의 몇몇 공단에서 제조업 이주노동자 공동 기숙사를 운영하는 사례가 있다. 정부가 산업 전반을 지원하는 측면에서 기숙사 운영을 보조해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인권·노동단체 활동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숙소 문제가 인권 보호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만큼 숙소 문제 해결이 시급한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안산 이주여성노동자 지원 네트워크'를 꾸려 활동하고 있는 안산여성노동자회 김해정 회장은 "농촌 유휴 시설을 활용한다면 큰 비용 부담 없이 기숙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농협 차원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여성 노동자들의 경우 일터에서 성폭력 등의 문제가 생기면 그곳을 나와야 하는데, 당장 갈 곳이 없다"면서 "이들이 당분간 거처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공간, 쉼터를 정부나 지자체가 마련해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min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26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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